1.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간의 관계를 몇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면
-프랑스와 스페인에 의한 분계선 설정, 각각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사용
-경제적 격차 및 아이티의 국가적 재난으로 아이티계 난민 대거유입
-과거 정부 독재자에 의한 지역감정 조장 및 전쟁, 학살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는 남북한의 현재 상황을 돌아보게 하는데
-미국과 소련에 의한 38선 설정, 각각 영어계 및 러시아어계 외래어 사용 및 사투리라기엔 언어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
-경제적 격차 및 북한 붕괴시 북한 난민 대거유입 가능
-과거 반공 및 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대립 및 전쟁, 학살
이러하다. 지역감정이나 이데올로기적 대립은 투표자->후보자 또는 시민->정치인의 의사전달 과정을 반대로 만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 지역민이 지역이익을 위해 지역감정을 보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지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곧 지역적 프레임에 갇힐 필요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갇혀 버리는 것임. 소위 충청도 핫바지론 같은 것도 있고 정치인 발 지역감정 조장 사례는 많음. 그리고 외주 노동자를 추방하는 것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이용되는 것이 있는데, 일베나 오유나 웹상에서 팽배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함.
외국에서 오는 이주노동자들이 쉽게 불법을 저지른다는 이야기들 따위를 나는 잘 믿지 않음. 내 스스로도 굳이 “이주노동”을 해 보았던 경험 때문인 것도 있음. 상식적으로 갑을관계만 생각해도 불체자 사례들은 사업주측에서 잘못하는 게 더 많지 않을까..? 계약 및 근로계약 갱신시 비자 확인하고 정부에 신고할텐데 모르는 게 이상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불법체류자 입장에서 괜히 문제만들어서 쫒겨나려 하지도 않을 테고 말이다.
2. 해당 영상의 상황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난민을 받고 아이티를 지원해오던 도미니카 공화국의 대법원에서 2013년 아이티계 도미니카 공화국 내 출생자들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고 판결 내린 것에서 시작된다. 2011년에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아이티인은 무국적자가 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이를 비판해서, 귀화를 돕는 샛길을 만들어 놓게는 되었는데, 그 과정상에 문제가 많다. 이 영상이 찍힌 당일날 마감을 놓친 모든 이들을 아이티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 그 문제의 핵심이다. 적법한 서류를 갗춘 시민이더라도 서류를 못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마감을 놓치는 순간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졸속행정 상황이 영상이 촬연한 내용이다. 끝내 마감 시간이 야간으로 늘어나고, 다음 날로 넘어가지만 급한 대로 대기자들에게 이민성 비치 팜플렛을 제공하며 다음날 오면 다시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팜플렛에 사인이나 도장, 책임자 등 아무런 권위도 부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기자들이 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냥 행정적 무능은 아니고,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사에서 보듯, 도미니카 공화국 정부에서는 만성적인 대응책으로 일관하면서 미주 인권재판소까지 탈퇴하였다. 도미니카 공화국 측 입장은 선진국이 아닌 도미니카 공화국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아이티 이주노동자 수가 한계에 달했으며, 아이티 대지진 이후 다른 나라들이 더 많은 난민을 받으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하지만 미주나 국제사회 내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목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을 테니, 이런 지지부진한 아이티계 노동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어떤 국가도 아이티 문제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아이티에서도 다음과 같이 이에 대해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력 격차가 서로 큰 만큼, 도미니카 공화국 측이 눈을 꿈쩍이라도 할까,
도미니카 공화국 측은 플랜테이션 농업이 경제에서 꽤 큰 축을 차지하는데, 아무래도 플랜테이션은 저임금 노동이 많이 필요하고, 이런 소득상위계층의 이해는 아이티계 난민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임금이 저임금화되어 피해를 보는 소득하위계층의 아이티계 난민에 대한 분노와 같이 연합되기에 국내 소득 분배의 문제를 아이티라는 나라에 대한 분노로 해소하여 이러한 소득격차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경 유착의 정도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미헬스의 논리를 빌려 본다면, 정당의 과두가 되는 이는 무급 선출직인 경우 브루주아만이 그 위치에 오를 수 있고, 유급이라면 소득 없는 이라도 그것에 집착하며 부패하기 쉽다.
우리나라 이주노동자 문제도 같은 프레임으로 생각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신문에는 이주노동자 범죄와 이주노동자 단속은 자주 나오는데, 고용 사업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벌했다고 보도하는 신문은 자주 못 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신문을 보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솔직히 이 외에 다른 이주노동자 신문은 찾기도 어렵다.(미국이나 캐나다, 베트남, 필리핀, 어딜 가도 우리나라 교민 신문이 있는 것은 참 대단한것 같다. 그나저나 중국동포 미디어는 꽤 많으니,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나 현지 생활에 관해 듣고 싶다면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이를테면 연변TV, 연변일보, 길림신문,)
3. 하지만 아이티 입장에서 해당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미래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당 영상에서 “이것은 부패한 아이티 정부가 저지르고, 도미니카 인들이 값을 치르고 있는 문제입니다.”라는 논지로 한 주민이 발언한다. 아이티 정부가 왜 부패했을까? 앵거스 디턴에 따르면, 1990년대에 IMF의 신자유주의적 압박과 함께 탈냉전 질서가 아프리카 빈국들에 대한 원조를 감소시켰다고 한다. 빈국에 대한 원조가 복지병을 만들고 해당국의 산업 발달에 대한 필요성을 감소시키며, 동시에 외국의 무상 원조 물자가 빈국의 산업을 파괴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원조는 원조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의도로, 마치 옥수수가 미사일이 되듯이 사용처가 바뀌기도 쉽다는 것이 그 논지였다. 즉, 냉전 당시 실제로는 이데올로기적인 정치적 원조이나 평화적 명분을 뒤집어 쓴 원조가 많았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또한, 만약 국가가 국민의 조세에서 예산을 얻는 것이 아니라면 국가는 국민의 눈치를 볼 이유가 사라진다. 곧 선거나 국민의 압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정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재 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는 원조국의 비위를 맟추기만 하면 되는 사실상의 식민 상태나 다름이 없다. 자본주의 시장질서의 파괴가 곧 민주주의 질서의 파괴가 된다는 이론이다.
재미있는 것은 디턴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원조액이 줄어들자 아프리카 나라들의 경제성장 지표가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논문을 보면, 다른 입장이 제시되어 있다. 1990년대가 아닌 1970-80년대의 신자유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어쩃든 디턴의 논지를 그대로 아이티에 적용해보면, 아이티 정부 측에서는 원조를 받는 구조일수록 엘리트가 부패하기 쉬운 가능성이 있다. 해결 방법은 원조한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하여 전용을 막는 것이지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지사에서 유령 동호회 유령회식 등록하고 예산 떼어먹듯이 전용 막는게 그렇게 쉬운 일일까?
4.아무튼, 아이티계 이주민 입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해당 영상을 보면, 60년대부터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서 일해서 실질적으로는 3대가 도미니카 사람인 아이티인도 있으며, 그냥 십여 년 전부터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일하는 적법한 서류를 갖춘 이도 있다. 무엇보다 행정 절차를 밟는다 해도 임시 허가증을 내어 줄 뿐이다. (이 기사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물론, 아이티 난민 입장에서도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불법 이주하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어떻게든 도미니카 공화국에 눌러 앉으려는 이들도 많다. 무임 승차자들을 따로 구분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5. 다시 돌아가서, 요즘 난민 이주나 외국인 노동자는 각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유럽의 북아프리카계 난민들이나, 미국과 캐나다의 중남미계 난민, 오스트레일리아의 인도네시아계(서 파푸아 또는 이리안자야, 서티모르 등) 난민 등 뉴스에 보도되는 난민 문제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피할 수 없는 뜨거운 감자 같다.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혐오나, 일본의 조선적(조총련), 우즈베크 고려인의 러시아(원동 :연해주) 및 한국행, 새터민 등, 우리나라도 덜하지는 않다. 가계 부채가 증가하는 가운데, 만일 북한의 붕괴라는 혹시나 모를 떡밥이 터져 버린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는 아마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간의 관게처럼 매우! 골치아픈 일이 터져버리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남북한간의 교류가 시작되더라도, 남한 측이 북한 내의 실질 행정적 구조를 대체하는 것은 어려워 보기 때문이다. 본인 살던 동네가 아무리 개판이라도 부자가 들어와서 가게를 차리든지 대장 노릇하며 이래라 저래라 하면 기분 나쁜 일이고, 외부인이 현지 사정을 이해하고 있을 리도 없다. 또 사고의 가치관이 이데올로기 차이로 서로 매우 이질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현지인이 행정직을 차지한다면, 이상한 행정이 계속되어 온 북한 내에서 부정부패가 안 일어날 것 같은가? 그렇기에 북한 측에 거주하려던 이들도 인프라와 기업문화가 정착해 있는 남한으로 이주하려는 경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또한, 북한 측 영변 핵발전소는 “흑연감속로”이다. 체르노빌 발전소가 이 흑연감속로인데, 불안정하고 위험하여, 많은 나라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모델이다. 매우 오래된 발전소임에도 계속 사용되는 것과 고리 원전을 가동중지하고 해체한다는 것을 비교해보자. 특히 고리 원전을 해체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것도 고려해보면, 답이 없는 것 같다. 거기다 핵무기는 빈자의 무기라 불리는데, 1.핵발전소로 저렴한 전력 공급 2. 대칭 전력에서의 약세를 비대칭 전력으로 상쇄. 3. 기술적 수출 밎 과학기술 발전 4.국내 선전 및 열등감 해소 효과 등 가난한 나라에게 필요한 것이 싼 값에 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유용성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일은 아마 절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핵 발전소 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통념보다는 높을 것 같으며, 북한에는 이러한 핵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전혀 없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에 소련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소련의 1년간 예산을 다 체르노빌에 쏟아 부었다. 그렇기에 핵 위기가 터진다면 아이티 대지진은 저리 가라인 문제가 터질 것이다.
6. 뜬금없이 핵으로 독자 위협하고 글이 좀 뽕맞은 듯 삼천포로 새긴 했는데, 아무튼 북한 난민 다수가 발생하면, 아이티-도미니카 사태는 꽤 생각해 볼 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이티와 도미니카가 위치한 히스파니올라 섬과는 달리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인 지구멸망급 지정학적 위치에 있고 그래도 G20인 만큼, 이를 잘 이용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담으로, 걸핏하면 이놈의 헬조센 노답 이민 가는게 정답이라는 사람들에게 외노자 되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고자와 같다는 것을 강조해본다. 못믿겠으면 취업비자 한번 받아보시던지; 영주권 따려고 법 바깥에서 노예노동하다가 물먹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꽤 많음. 믿거나 말거나.
그 외 참고